2022년 작년 겨울, 길을 걷다가 우연히 눈에 띈 게코분양샵에 홀리듯이 걸어들어 갔습니다. 젊은 사장님이 웃으시며 우물쭈물대던 제게 둘러보라고 하셨고, 26도로 팽팽 나오는 에어컨에 땀이 질질 흐르는 줄도 모른체 사육장에 있던 게코들과 처음 마주했습니다.
사장님은 하얀 게코 한마리를 제 손에 살며시 올려주셨습니다. 어릴적 유난히 뱀이나 이구아나등 파충류를 좋아했던 제가 반듯반듯하니 이쁜 눈동자를 보고 있자니 한번 키워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 자리에서 1시간 동안 사장님에게 사육방법을 듣고, 사육장과 슈퍼푸드를 고른 뒤, 10만원이 조금 넘는 가격에 귀여운 노멀 게코를 안고 나오게 되었습니다.
흥분한 저를 뒤로한체, 여자친구는 문을 나서며 안색이 굳어졌습니다. 현실적으로 키울수 있는 여건이 되는지 생각도 하지 않았고, 중요한것은 1주일 뒤에 여자친구가 수술을 해야하는데, 이런 시기에서 오빠가 무언갈 키울 여력이 되는가는 둘째치고, 우리가 어떤 문제를 마주하고 있는지 잊어먹었냐고... 저는 곧바로 여자친구에게 진중히 사과하고 정말 죄송하다는 말씀과 함께 사장님께 환불을 받고 나왔습니다.
걱정이 컸던 여자친구의 수술은 성공으로 마쳤고, 어느날은 먼저 제게 다가와 아무일도 없다는 듯 이제 게코 키워봐도 되지 않겠냐며 물어봐주는 모습에, 조금씩 마음을 먹고 사육관련 책부터 영상까지 틈틈히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제 집은 따듯하고 환기가 잘되는 원룸입니다. 바깥에서 은신이나 데코를 위한 나무 등을 주워와서 언젠가는 준비 되었을때 맞이할 녀석을 위해 이쁘게 장식하고 있습니다. 언젠가 이 자리에서 게코를 많이많이 키워서, 한번 사육가가 되어보겠노라고 다짐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설날, 습관처럼 게코를 검색하다가 우연히 게코나라에 오게 되었고, 사이트의 글만 봐도 정직한 가치관으로 운영하는 마음이 곳곳에 묻어나오는것 같아서, 이곳에서 입양할 마음을 먹고있다가 마침 분양이벤트 글을 보고 신청하게 되었습니다.
저도 지기님의 가을이처럼, 자식처럼 정을 주고, 가장 좋아하는 음식을 구분할만큼 열심히 키울 첫 게코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만일 제게 아이를 허락하신다면, 여유와 책임을 가지고 지식과 자원을 투자하여 잘 키우도록 하겠습니다.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새해는 게코 복 많이 받으세요.